중고차를 처분하고 새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대개 새차를 판매하는 자동차영업소 직원에게 중고차를 팔아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중고차를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자동차 영업사원은 중고차를 다시 중고차영업사원에게 판매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중고차가 운행되면서 사고를 낸 경우 그 사고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고차가 사고를 낸 시점에 그 중고차 운행의 주체 즉, 운행자가 누구인지가 손해배상 책임을 가리는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여기서 운행의 주체라고 하는 것은 사고 당시 그 차량의 운행을 지배하고 운행의 이익을 가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 당시 차량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차량등록의 이전에 필요한 서류까지 모두 넘긴 상태라면 차량의 판매자는 실제적으로 그 차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 타인이 된 경우이므로 그 차량의 운행자로 보기는 어려워 사고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차량에 관한 매매계약만 하고 차량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주지 않은 상태, 또는 구두로 매매약정을 한 후 중고차시장에 차량을 내놓기 위해 이전서류만 건네 준 상태 등의 무언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차량을 판 매도인에게도 아직 차주로서의 책임이 남아있어 사고피해자의 손해를 운전자와 함께 전액 연대하여 배상해야 할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를 팔려는 사람은 매매계약과 함께 매매대금 전액을 수령하고 차량 이전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넘겨 주면서 차량을 판매업자에게 넘겨야 그 차량의 운행자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란 사회통념상 당해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를 말하고, 이 경우 운행의 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간접지배 내지는 지배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17253 판결, 1998. 10. 27. 선고 98다36382 판결 등 참조), 자동차가 매매를 위하여 위탁된 경우 위탁자 등의 운행지배 유무는 그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관계를 살펴서 사회통념상 위탁자 등이 차량운행에 간섭을 하거나 지배ㆍ관리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려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78. 12. 13. 선고 78다1667 판결과 1992. 5. 12. 선고 92다6365 판결의 사안 및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다38212 판결, 1999. 5. 14. 선고 98다57501 판결 등 참조)”고 판결하였습니다.
위 판례에서 인용된 실제사건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휴가철을 맞이한 직장인 A과장은 2000. 4. 18. 자동차영업소에 근무하는 B에게 경차인 마티즈를 700만원에 사기로 하면서 자신이 타고 다니던 소나타승용차를 1,000만원에 팔아 그 돈으로 마티즈 차량 대금을 정산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게 되었고, 이에 B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소나타를 그 가격에 팔아주기로 하되, 그로부터 1달 후인 같은 해 5. 17.까지 그 매도대금으로 마티즈차량의 대금과 정산하기로 약속하면서, A과장으로부터 자동차등록증, 인감증명서 등 차량의 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건네 받은 다음 소나타를 인수받았다.
그 후 B는 같은 날인 2000. 4. 18. 평소 고객이 새차를 매수하면서 가지고 있던 중고차를 팔아 달라고 요청할 경우 이를 매수하는 등의 거래가 많았던 C를 불러, 그에게 자신이 A와 대금을 정산할 수 있도록 같은 해 5. 17.까지 1,000만원에 소나타를 매도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C는 이를 승낙하면서 “매매의 성사여부나 그 매매가격이 얼마인지에 관계없이 위 날짜까지 B에게 1,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약정하고, 매매금액란에 ‘1,000만원(결제 517)’, 매수인의 주소란에 ‘한국자동차상사’, 주민등록번호란에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성명란에 ‘C'를 각 기재한 차량인수증을 B에게 교부한 다음 소나타를 인도받았다.
당시 C는 D가 경영하는 중고자동차 매매업소인 ‘한국자동차상사’에 소속되어 중고차매매를 하고 있었는데, 소나타차량의 매도를 위와 같이 위탁받고도 사장인 D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그 구매자를 물색하다가 “한국자동차상사는 매장이 작아 의뢰가격인 1,000만원에 매도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같은 달 21.경 E가 운영하는 대규모의 중고자동차 매매업소인 ‘동양자동차상사’에서 근무하며 중고차매매를 하고 있던 친구인 F에게 “손님이 많은 동양자동차상사에서 전시하여 판매해 달라. 같은 해 5. 17.까지 소나타를 1,000만원에 매도하면 된다.”면서 매매를 위탁하고 소나타도 인도하였다.
이에 F는 위와 같이 위탁받은 당일인 2000. 4. 21.부터 ‘동양자동차상사’ 주차장 부근에서 소나타차량을 전시하여 매매를 중개하던 중, 같은 달 27. 카센터에서 수리할 목적으로 소외 G에게 소나타를 자신의 집까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고, G는 위 ‘동양자동차상사’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던 소나타차량의 열쇠를 직원으로부터 받아다가 F의 집으로 소나타를 운전하여 가던 중 사고를 내었다.
그 후 운전자인 G, 동양자동차상사 사장 E, 기아자동차영업소 B 등은 사고 다음날인 4. 28. 소나타 차주인 A과장을 찾아와 사고수습 대책을 논의하던 중, “A과장이 보험회사와 체결한 자동차보험으로 이 사건 사고를 처리하기로 하는 대신, ‘동양자동차상사’측에서 총 1,500만원(당초 매도의뢰가격인 1,000만원에다가 할증되는 보험료분 500만원을 더한 금액)에 이 사건 소나타차량을 매수한다.”는 내용으로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에 E는 같은 날 A과장에게 1,500만원을 입금하였으나, A과장은 소나타차량이 매도 위탁된 상태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들어 자동차보험회사측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자, ‘보험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취지로 E에게 520만원을 돌려주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건관련자들의 신분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과장 > 소나타 차주
B -> 기아자동차영업사원
C -> 한국자동차상사 직원
D -> 한국자동차상사 사장
E -> 동양자동차상사 사장
F -> 동양자동차상사 직원
G -> 소나타 사고운전자
대법원은 이와 같이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그 손해배상의 책임자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습니다.
우선 A는 이 사건 중고차인 소나타의 매도를 B에게 부탁하였지만, 새차인 마티즈를 B로부터 받고 소나타의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까지 B에게 넘겨줌으로써 이 사건 차량의 실질적인 매도인에 가까운 상태에 있었던 점,
C는 B와의 단순한 친분관계에 기하여 이 사건 차량의 매도를 위탁받은 것이 아니라 그가 전문으로 하는 중고차매매업무의 일환으로 매도위탁을 받은 것이고, 또 약정한 2000. 5. 17.이 되면 B에게 무조건 1,000만원을 소나타 대금으로 지급하여야 하지만 더 높은 가격 또는 낮은 가격으로 매매를 성사시키면 그 차액을 취득하거나 손실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으며, 그 후 이 사건 차량을 다시 매도위탁받은 F나 그 업주인 E도 전문영업자이기는 마찬가지였던 점, 이와 같이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차량의 매도위탁이 이루어지면 중고차 매매업자는 이익을 남기기 위하여 빠른 시기에 높은 가격으로 매매를 성사시키려고 노력하므로, 그 차량의 매도시기나 매도가격이 유동적일 뿐 그 차량의 매매가 성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의 경우 A로서는 2000. 5. 17.이 되면 1,000만 원을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약정까지 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매도가 불능으로 되어 자신이 이를 재차 운행하게 될 입장도 아니었던 점, 중고차 매매업자는 보다 높은 가격으로 신속하게 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통상 수탁차량을 수리하거나 판매를 위한 운전도 하는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에도 수리를 위하여 이 사건 차량이 운행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던 점, 또한 매매업체 사장인 D의 경우에도, 그 직원인 C가 개인적으로 이 사건 차량의 매도위탁을 받기는 하였지만 D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기간 내에 이 사건 차량을 다시 다른 매매업자인 F에게 넘겨버렸고, F는 자신이 소속된 매매상사의 직원으로서 이 사건 차량을 인도받아 관리하면서 전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이 사건 차량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수리까지 하려고 하였던 점, 이에 따라 이 사건 차량은 이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 F가 소속된 매매업체에 의하여 실제로 매수되었고, 위 D는 이 사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도 참여하지 아니하였던 점(F의 사용자인 제1심 공동피고 E에 대하여는 운행자책임을 인정한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A와 D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사회통념상 이 사건 차량의 운행에 간섭을 하거나 지배ㆍ관리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A와 D가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자동차보험회사가 이 사건 소나타의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차량 소유자 A와, 한국자동차상사의 사장인 D에게는 운행자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반면, 동양자동차상사의 사장인 E에게는 F의 사용자로서 운행자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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